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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부처 말씀 맹신은 안돼…이치 따지고 살펴봐야”

티벳록빠           조회수 728
2016.09.01 19:20


 “제가 입은 가사(승려의 법복)는 2600여 년 전 부처가 입은 것과 모양이 똑같습니다. 비록 옷은 옛날 복식이지만 제 생각은 젊답니다.” 


지난달 30일 인도 다람살라에서 만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81)는 한국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재치 있게 자신을 설명해 웃음을 선사했다. 지난달 29일부터 1일까지 나흘 동안 진행된 ‘아시안 법회’에서도 그는 그의 가르침을 얻으러 온 세계 각국 3000여 명의 신도들 앞에서도 종교를 초월한 사랑과 자비심과 함께 ‘젊은 생각’을 강조했다.

달라이 라마의 대표적인 ‘젊은 생각’은 현대과학에 대한 입장이었다. 그는 법회 뿐 아니라 기자들과의 접견에서도 불교와 현대과학의 만남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30여 년 전부터 과학자들과 교류해온 달라이 라마는 불교의 대표 세계관으로 꼽히는 ‘수미산(須彌山) 우주론’을 부정했다. 수미산은 고대 인도의 우주관에서 세계의 중심에 있다는 상상의 산이다.

달라이 라마는 “평평한 사각의 세계 한가운데 수미산이 있다는 우주관은 이미 ‘지구가 둥글다’는 걸 입증한 과학과 배치되기에 나조차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과학이 종교의 근본을 위협할 수는 없으며, 불교철학과 현대과학은 충분히 양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처의 가르침은 본래 맹목적으로 따를 게 아닌 이치를 따져보고 살펴봐야 하는 것입니다. 부처의 말씀을 단순히 경전처럼 외며 맹신하기보다 (과학처럼) 경전을 분석하며 이치를 따져갈 때 미래의 불교도 긴 생명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런 그의 ‘젊은 생각’은 삶의 행적 곳곳에서도 엿볼 수 있다. 1959년 중국에 점령당한 티베트를 떠나 인도 북서부 히말라야 고원지대인 다람살라에 티베트 망명정부를 세운 그는 400년 넘게 유지돼온 티베트 전통의 ‘법왕(法王)’체제를 종식시켰다. 2001년 제정분리를 통해 총리에게 정치를 맡긴 그는 2011년 총리의 권한을 티베트어로 정치지도자를 의미하는 ‘시쿙(sikyong)’으로 높이고 정치적 권한을 전부 이양했다.

종교 활동에 전념하기 시작한 그는 세계 각국의 미래 세대들에 높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취업 결혼 육아 등으로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는 한국의 청년들에 대한 관심도 아끼지 않았다. 달라이 라마는 “행복과 불행은 물질보다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메달을 위해 고통을 극복해가는 운동선수처럼, 굳은 마음으로 극복해가다보면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의 메시지를 건넸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영토분쟁, 역사분쟁 등 동아시아 현안에 대해서도 그의 관심사인 미래 세대의 교육을 통한 해법을 제시했다. “직면한 갈등을 10~20년 안에 해결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어린세대들에 사랑과 연민을 교육시키고 함양하게 만든다면 이들이 사회지도자 등 주역으로 활동하게 될 3~40년 뒤에는 분명 더 나은 세상이 돼있을 겁니다.” 

달라이 라마는 그동안 자신에 대해 ‘석가의 비구’ ‘설법자’ ‘달라이 라마’로 스스로 소개해왔다. 그는 “근래 ‘설법자’를 (좀 더 따져본다는 취지로) ‘사상가’로 바꿨다”며 “깊이는 부족하지만 승려들에게 ‘사상가’가 되라고 말하며 티를 조금 내봤다”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달라이 라마는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맹목적 신앙에 기초한 종교간 갈등과 전쟁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자신의 신앙을 갖되 다른 종교를 존중하며 다툼보다 사람을 이롭게 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고 종교인들에게 당부했다. 달라이 라마는 세계 각국에서 의료봉사를 통해 사랑을 실천하는 가톨릭 교회의 활동을 존중해야 할 사례로 언급했다. 


달라이 라마는 법회에서 “세상에 무신론자도 많고 70억 모두에게 종교를 믿어야 한다고 강요할 수도 없다”며 종교를 초월한 가르침을 전했다. 그는 “종교 유무를 떠나 인간의 기본인 사랑과 자비심을 바탕으로 서로 존중한다면 개인, 가정, 사회, 국가 모두 신뢰할 수 있고 삶도 행복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는 방한에 대한 기대감도 넌지시 드러냈다. ‘달라이라마 방한추진회’ 상임대표인 금강스님 등에게 “앞으로 몇 년을 기다리면 되냐”고 농담을 건넨 달라이 라마는 “중국의 태도변화와 한국인의 순수한 소망이 어우러진다면 곧 가능할 것이다. 느긋한 마음을 갖자”고 말했다.  

다람살라=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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