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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가을 ] 다람살라 자원활동 이야기

티벳록빠           조회수 34
2017.09.30 18:43


김다은 

 

6년 전 여름, 선풍기 아래 누워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델리의 무더위와 복잡함을 피해 야간버스를 타고 맥그로드 간지(맥간)로 향했던 적이 있다. 당시 친구와 함께 북인도를 여행 중이었던 나는 우리의 목적지인 레로 가는 길에 록빠가 있는 맥간에 꼭 들러보고 싶었다. 아쉽게도 빠듯한 여행 일정 때문에 자원활동은 할 수 없었고,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록빠카페에 찾아가 이것저것 물어보곤 했었다. 평소에 여행을 하면서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이 곳에는 다시 오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맥간이 바로 그런 곳 중에 하나였다. 그리고 이번 여름, 3주라는 짧은 일정으로 다시 록빠를 찾아가게 되었다. 언젠가는 꼭 다시 찾아가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했지만,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방학동안 뭔가를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아예 없었다고 할 순 없겠다. 거기에 더해서 국제개발학을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가지고 있었던 NGO에 대한 고민 역시 어느 정도 역할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굳이 록빠를 선택했던 이유는 10년 전 여행했던 티벳에 대한 애정, 그리고 록빠에 대해 느낀 단순하지만 강한 끌림 때문이었으리라.

 

다소 거창한 생각과 이유를 가지고 찾은 록빠였지만 나의 일과는 굉장히 단순했다. 록빠에서의 자원활동은 주로 탁아소에서 이루어지는데 오전 또는 오후를 선택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나의 경우 오후에 탁아소에 갔는데 보통 1시에 가면 아이들은 점심식사 후 낮잠을 자고 있었고, 하나둘씩 일어나면 아이들이 화장실 가는 걸 도왔다. 그리고 아이들이 다 일어나면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중간에 간식도 먹고 물도 마시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만 말하면 탁아소에서의 시간이 매우 단조로울 것 같지만 (오전은 오후에 비해 좀 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실제로 아이들을 만나면 정말 정신이 없다. 처음으로 탁아소에 간 날,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낮잠에서 깬 아이들이 화장실에 가는 걸 돕는데 이 단순한 일이 그렇게 정신 없을 줄은 몰랐다. 이제껏 한 번도 그렇게 많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록빠 아이들의 터프함과 넘치는 에너지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첫 주에는 매일 매일이 적응하느라 바빴던 것 같다. 아이들의 이름도 모르고, 그렇다고 내가 티벳어를 하는 것도 아니라 소통은 둘째치고 얼굴을 외우는데 만족해야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적응하느라 바쁜 일주일이 지나고 나니 아이들도 하나둘씩 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록빠의 탁아소는 건물 2층에 위치해 있고, 계단을 거의 다 올라가면 창문을 통해 탁아소 안이 들여다보이는데 올라오는 내 모습을 보고 수줍게 쳐다보거나 반갑게 인사를 하는 아이들이 하나씩 생긴 것이다. 또한 아이들의 이름을 조금씩 외우고, 기본적인 티벳어 단어를 몇 가지 알아가면서 아이들과의 거리 또한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둘째 주에는 감기기운이 있어 활동적으로 놀지 못한 날이 며칠 있었는데 그 시간동안 평소에 굉장히 조용하고 차분히 지내는 아이들이 내 옆에 앉아 기대있거나  무릎에 앉아서 장난감을 가지고 논 적이 있다. 더 열심히 움직이면서 놀아주지 못해 다른 아이들에게 미안함 마음이 들었지만, 동시에 그 시간동안 그 아이들과 느낀 친밀감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좋지 않았던 컨디션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일어나 탁아소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건 아이들과의 그런 시간 때문이었다. 

 

3주차가 되니 아직 기저귀를 하고 뒤뚱거리면서 걷는 1살 미만의 아이들도 나를 알아보는 것 같았다. 새로 온 자원활동가가 달랠 때는 울다가도 내가 안고 달래니 울음을 그치는 아이들을 보고선 정말 기뻤다! 그래서 아이들과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보내기 위해 30분 일찍 가서 낮잠자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잠에서 깬 아이들을 보듬었다. 예정했던 3주가 거의 다 끝나갈 때 쯤엔 길거리를 다니면서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마주치는 일도 부쩍 늘어났다. 며칠 후면 아이들을 만날 수 없을거라는 아쉬움에 쉬는 날이면 길을 걸어다니면서 아이들이 있는지 없는지 더 열심히 살폈던 것 같다. 가끔 우연히라도 만나면 너무 반가워 달려갔지만 아이들이 아는체 해주지 않으면 상처를 받기도 하면서 말이다. 또한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님들과 선생님들과도 알고 지내게 되면서 단순한 여행자가 아닌 동네 주민이 된 것 같은 기분 역시 들면서 탁아소에서 보내는 일과 이외의 시간에도 마음 편하게 지냈던 것 같다.

 

그렇게 3주가 지났고, 나는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떠나온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벌써 록빠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아이들의 사진을 핸드폰에 저장하고, 생각날 때 마다 꺼내보고 있다. 길을 가다가도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보이면 록빠의 아이들을 떠올리며 웃곤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 갈 땐 아이들과의 친밀감, 애정을 나누는 것이 이번 여정의 최우선의 목표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내는 시간동안 내가 처음 생각했던 다른 이유들은 어느새 하나도 중요하지 않게 되었고, 아이들과 탁아소에서 보내는 시간이 내 일상의 중심이 되었다. 물론 아이들과 친해지는데에는 시간이 걸렸고 아이들의 터프함에 가끔은 힘들기도 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을테지만 나의 경우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최소 2주 정도는 필요했던 것 같다. 그리고 셋째 주에는 나에게 남은 시간이 일주일 밖에 없다는 사실에 아쉬웠고 매일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탁아소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3주를 ‘채우러’간다고 생각했던 게 큰 실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 한 주만 더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나는 아이들과 더 즐겁게,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었을탠데. 

 

  맥그로드간지를 떠나는 날 아침, 또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6년 전 여름에 느꼈던 것처럼 다시 맥그로드간지를, 록빠를 찾게 될거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다음에 오게 된다면 꼭 몬순을 피해서 오고 싶다는 이야기를 선생님들과 종종 나누었는데, 진짜 다음에 아이들을 만나러 가게 된다면 햇살 좋은 계절에 더 긴 호흡으로 아이들과 일상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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